야금야금 거의 매일 마시는 술도 간헐적인 폭음 못지않게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집에서 수시로 혼술(혼자 마시는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경종이 될 만하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유정은(가정의학과)·삼성서울병원 신동욱(가정의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3일 “평균 음주량뿐만 아니라 음주 빈도가 소화기암 발생의 주요 위험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9~2011년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수검자 중 암 진단 이력이 없는 만 40세 이상의 성인 약 1100만명을 대상으로, 음주 패턴에 따른 소화기암 발생을 2017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연구대상자의 주당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비음주군, 경도 음주군(주 0~104g·알코올 기준), 중등도 음주군(주 105~209g), 과음군(주 210g 이상)으로 구분하고, 주당 음주 횟수(빈도) 및 1회 음주량 등에 따른 소화기암 발생 위험도를 비교했다.
매일 음주군, 비음주 대비 1.39배
간헐적 과음의 1.28배보다 더 높아
잦은 음주, 소화기에 악영향 확인
소화기암 발생은 주당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증가해 과음군의 소화기암 발생 위험은 비음주군보다 1.28배 높았고, 매일 음주하는 경우 비음주군에 비하여 1.3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회 음주 시 5~7잔(1잔 알코올 8g 기준)의 술을 섭취하는 경우, 대조군에 비해 소화기암 발생이 1.15배까지 증가했으나 1회 음주량이 그 이상 늘어나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소화기암 발생 위험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따라 ‘음주 빈도’가 1회 음주량보다 소화기암 발생에 더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는 소화기암의 발생 부위별(식도, 위, 대장, 간, 담도, 췌장)로 나눠 보았을 때에도 거의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JAMA Network Open) 최근호에 게재됐다.
현재 국내 암 발생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에서는 1일 음주량을 남성의 경우 2잔, 여성의 경우 1잔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는 등 알코올 섭취량에 대해서만 제시하고 있다. 유정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총 음주량뿐만 아니라 음주 빈도가 소화기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습관성 반주나 혼술 등 소량이더라도 자주 음주하는 습관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이지만 송년 술자리가 늘고 있다. 술자리에서 폭음으로 인한 ‘주취 범죄’ 건수도 증가 추세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폭력으로 검거된 주취자는 2019년에 9만8602명, 2020년에는 8만7852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의 장기간 시행으로 약 7만명으로 예상됐지만 거리 두기 제한이 완화된 11월부터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11월 첫주 이후 전국적으로 주취 관련 신고는 이전 평소 대비 2배 수준을 기록하는 양상이다.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정신건강의학과)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인 전두엽은 알코올에 쉽게 손상되는데, 술을 마시며 알코올로 인해 전두엽이 손상되면 평소보다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허 원장은 “술을 먹고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 등을 보이는 것이 반복될 경우에는 뇌 손상을 의심할 수 있으니 금주와 더불어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